예원학교 교정 안에 있는 등나무 벤치를 유화로 그린 그림이다.
2007년경 그 학교에 입학한 지혜가
1학년 때 첫 유화 작품으로 그렸다고 했다.
우리집 벽에
다른 대가들 작품과 함께 10년째 걸려있다.
제법 기 죽지 않고 잘 버텨내고 있다.
기법이나 기술, 힘을 차치하고
한껏 기가 오른 청년의 내면 속 그 풋풋함과 맑음, 그리고 밝음으로
유명 작품들 속에서 당당히 견뎌낸다.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그렇다.
(그림출처 : 덕수궁 - (1)추억의 돌담길과 단풍의 만남)
중구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가면 나오는 그 오래된 작은 학교는
하루 10시간 가량씩 몇 달을 준비해서 들어간 학교다.
같은 반에서 공부한 아이 중에
최근 쇼팽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조성진씨가 있다.
이미 그 때부터 유명해서 나도 몇번 본 수재다.
(그림출처 : 한국인 최초 우승자 ‘조성진’, 그리고 쇼팽 콩쿠르 / SK innovation)
수재 아이들과 함께 친구가 되어 같이 공부하는 것은
그 고된 입학준비를 견뎌낸 선물이었을 것이다.
내면 속 아이의 모든 것이 저 유화 속에서
등나무 잎사귀 틈으로 쏟아진 빛망울이 되어 달려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때만 해도 우리 아이의 세상은 헬조선이 아니라
청아하고, 밝고, 맑은 세상이었던 것이다.
인생길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얼마나 고단할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 깔깔대는 티없는 소년의 마음을 저 그림에 담은듯 했다.
10년째 그 기운을 걸어놓고 매일 아침 물끄러미 본다.
(그림출처 :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img_pg.aspx?CNTN_CD=IA000161688&atcd=A0000153668)
친구들조차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우울한 날에는
Amy Sky의 Soledad를 듣는다.
애절하고 슬픈 노래인데,
걷잡을 수 없이 심난할 때
이 사람의 목소리가 위안이 된다.
어떤 같은 팬은,
부인을 일찍 사별하고
3달을 이 노래만 듣고 버텨냈다고 했다.
내가 아는한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노래이다.
(그림 출처 : https://m.blog.naver.com/eom44444/90178558382)
국립묘지에 모신 아버지가 그리울 때,
나는 아버지의 생전의 애창곡
'이별의 부산 정거장'
'전선야곡'을 부른다.
어린 시절 가사를 가르쳐 드렸던 곡이다.
함께 부르던 그 순간이
이 노래를 부를 때
아버지가 나와 함께 하신다.
음악과 같이 그림도 그렇다.
아침에 보는 지혜의 유화는
무심코 가라앉을지도 모를 내 마음을
그 시절 그 아이의
그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림의 힘이다.
매일 보다 보면
그림 속 색의 끌림,
또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눈물이 나기도 한다.
매일 보다 보니
저 아이의 저 물감 색이 참 이쁘다 싶었는데,
어느날 하늘이 주신 자연 속의 모든 것들이
내가 무심결에 보고, 관심을 가져보지도 못했던 그 색들이
그 어떤 물감보다 더 영롱하고 아름다운 색감임을 알게 되었다.
전시회를 간다.
그래서 노래를 외우고 배우듯
나는 실제 그림의 그 색감과 그 느낌을 외우려
틈나는대로 전시회를 간다.
가능하면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