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에도 가을이 온다
회사를 미사리로 옮기고 나서 가장 좋아진 점은
4계절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를 그야말로 밥먹듯 할 수 있다는 것.
^^
일하다 보면 생존을 위한 식사를 하기 쉬운데,
미사리로 출근하면서부터 수도권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드라이브 코스를 매일 즐길 수 있다.
20여분만 더 쓰면 설악산 갈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매주 땡기는 우리만의 돈까스집
하늘이 청명하고 햇살이 좋은 날이면
일부러 약 20Km정도 떨어진 퇴촌 도수리 그 카페를 간다.
퇴촌의 유명한 '전통순대국'집 바로 옆에 있다.
수제 돈까스 + 아메리카노 = 10,000원
매주 이 잘 생긴 총각이 직접 만들어주는 돈까스가 땡긴다.
1~2주에 한번은 왕복 약 100리를 달려야 먹을 수 있는 메뉴.
나는 미식가가 아니다.
그냥 깔끔하고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알려진 맛이 나도 좋다.
사실 오래전 일본에서 일본식 돈까스를 먹어보기 전까지
돈까스는 그렇게 즐겨 먹는 메뉴가 아니었다.
그 동경 어느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주인과 소통이 안되어 굶어 죽을 뻔 했다.
우씨......
돈까스가 영어로 뭔지 몰랐다.
그리고 주인은 영어를 더 몰랐다.
할 수 없이 가다카나를 순서대로 써달라고 해서
일본 글씨를 외워서 영어가 하나도 없는 메뉴판을 읽어야 했다.
그리고 겨우 찾았다.
일본에서 머리 나쁘면 굶어 죽는다는 걸 알았다.
포크 카츠.
포크는 돼지고기, 카츠는 우리말로 까스.
ㅠㅠ
굶어 주글뻔 했다.
그런데 퇴촌 이 집 돈가스가 좋다.
강동구 길동의 윤화돈까스도 유명하고 맛있지만
이집 맛이 나는 더 좋다.
너무 기름기가 많지도 않고,
육질은 잡내 없이 퍽퍽하지도 않고
그냥 먹을만한 돈까스와 아메리카노
그리고 무엇보다 혼잡하지 않아서 집중할 수 있는
대화 분위기
복권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둘만의 대화를 한다.
일에 대한 얘기도 하고,
아이들 얘기도 하고,
결혼 전 데이트 얘기도 한다.
같이 일을 하지만
실제로 많은 얘기를 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빠서인지, 일 처리가 효율적이지 못해서인지
아무튼 둘 중의 하나겠지.
마치고 나오면,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근처로 해서
경안천을 거쳐 돌아온다
물론 차안에서는
복권을 위한 위문 공연장이 되기 일쑤다.
살면서 차 안보다
더 좋은 무대는 아직 찾지 못했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천하무적 신보다 더 위의 계급,
살인적 갑질의
악플러도 없으며,
무엇보다
웬만큼 불러도 원곡 가수보다 낫다.
퇴촌과 팔당대교 2차선 도로를
평일 낮에 달려보시라.
노래방이 불황을 맞을 것이다.
2018년도 가을,
미사리의 가을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다음에 틈틈히 이 동네 사람들만 아는
미사리 구석 구석 얘기를 올릴 예정이다.
기대하시는 분들은 추천 버튼 꾸욱....부탁드린다.
아 참, 그 까페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닌데,
혹시라도 가보고 싶은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흠...네이버 지도에서 '버거마마'라고 검색하면 가실 수 있다.
중간에 강마을 다람쥐도 있지만 나는 그 집보다
간판 없는 다른 집을 간다.
이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가는 집들이 있다.
그리고 잘 안 알려 준다.
혼잡해져서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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