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대형마트 바이어가 전화를 했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
오랜 고객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나보다.
매대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일본의 트랜스포머식 매대 제작의 경우처럼 뭔가 쉽지 않은 숙제가 있을 때 |주|여름기획을 찾게 되나보다.
30여년을 일을 하다보니 이제는 매장의 매출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게 된다.
늘 새로운 개발에 해당하는 일이라 당연히 반갑고 흥미롭다.
우리가 특별히 많이 하는 화장품 매대.
마트나 백화점의 고정 철제매대와 달리, 이번 매대는 아마도 좋은 위치에 설치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적인 스펙과 용도, 그리고 제작 예산 범위, 일정 등이 주어진다.
이번 마트 바이어는 디자인 감각이 매우 탁월한 분이어서 형태를 직접 스케치했는데, 그게 매우 놀라웠다.
아름다움이 생명인 제품이라 당연히 깔끔하고 무거운 제품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제품 종류별 크기와 배치될 위치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매대 규격을 설계해야 하는데,
재단과 접착 등 작업 공정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또 재료 원판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파트별 사이즈와 위치를 결정하는 능력이 제조가격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바이어가 상당히 치밀하게 계산해서 스케치를 한 것이다.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영구적으로 오래 사용할 매대는 아니고 일정기간 통로 쪽 좋은 자리에 위치할 것이기 때문에 예산이 넉넉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재질을 가성비가 좋은 포맥스로 결정. 적은 원료로 거품(FOAM)처럼 부피를 확대한 꽤 단단한 보드.
일반 CNC로도 재단작업이 용이하고, 본드로 잘 붙어서 작업성이 좋다.
부족한 내구성은 마무리 단계에서 부착하는 실사출력 필름이 보완한다.
접착필름의 본드가 포맥스와 결합하면서 조직사이로 경화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진다.
물론 4단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중력과 물리적 기본 원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큰 일 난다.
본드로만 접착하면 가격은 더욱 저렴해지지만 무거운 화장품 제품의 무게 때문에 접합부분의 설계를 전문업체 담당자와 협의해야 했다.
원판의 낭비를 막으면서 가능하면 본드 접합을 줄이고 단단함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한다.
물론 늘 만드는 것이라 큰 문제 없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제작시간마저 촉박하면 이러한 테스트 과정에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마지막 단계, 완성품을 실제 제품을 진열하여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테스트하는 장면.
빠뜨리면 안되는 것이 또 제품 가격표, 일명 쇼카드(Show Card), 프라이스 카드(Price Card)를 어떻게 할 것인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제품, 또 수없이 많은 매대에 똑같이 생겼지만 모두 다른 내용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것을 제품마다 정확하게 위치시키고, 구매자가 자연스럽게 제품명과 가격, 그리고 성분 특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와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소량 인쇄를 해서 재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 제작을 하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
30여년 일을 해오는 여름기획은 필드에서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소량 제작, 자동 편집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히 목형을 만들어 톰슨 작업을 하지 않고도 복잡한 도안의 재단 작업이 가능해졌다.
혹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분들은 망서리지 마시고 여름기획에 문의하시기 바란다.
이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마지막 마무리 작업이 남았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포장과 운송.
세워놓지 않으면 무게를 버틸 수 있는 능력이 달라져서 파손될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특별히 매대 사이즈에 맞는 박스를 준비해야 한다.
각종 포장재를 이용하여 접착부분의 파손이 없도록 포장하여 운송하면 이제 제품 진열은 매장에서 해야 한다.
디스플레이도 전문가들이 있다.
이 일만 하는 분들이다.
오픈하거나 행사 직전 밤새워 진열작업을 하는 일이 태반이다.
이 분들의 전략과 능력에 따라 고객의 손길이 달라지니, 이 분들 대우를 아끼면 작은 비용 절감해서 큰 매출 손실을 얻게될 수도 있다.
이 분들의 마지막 진열 작업이 끝나면 맞선에 나가는 신부의 모습처럼 완성도가 생긴다.
휴우, 짧게 간단히 써야 하는데, 자꾸만 더 많은 말씀을 해주고 싶어진다.
글쓰기 초짜의 모습.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고맙습니다.